660년, 사비성이 함락되면서 백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듯 보인다. 그러나 나라가 무너졌다고 백제의 정신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귀실복신을 비롯한 백제부흥군은 무너진 나라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 싸움을 이어갔고, 백성들의 가슴에도 꺼지지 않는 부흥의 불씨가 남아 있었다.
《백강만엽(白江萬葉)》은
바로 그 순간에서 시작된다.
백제의 땅에서는 만담이와 탈춤패가 절망에 빠진 백성과 병사들에게 웃음과 노래를 전하며 새로운 용기를 일깨운다. 왜국에서는 백제 왕실의 혈통을 이은 부여풍을 새로운 어라하로 세우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마침내 부여풍과 5천 명의 원군이 거센 풍랑을 헤치며 현해탄을 건넌다.
이 장대한 항해가 《백강만엽》의 첫 번째 거대한 XR 시퀀스로 펼쳐진다. 바다 위를 가르는 수많은 전선과 거대한 파도, 폭풍과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병사들. 현실의 무대 위에 펼쳐지는 AI·XR 영상과 홀로그램은 1,400년 전의 바다를 오늘의 관객 앞에 다시 불러낸다.
백제에 도착한 뒤, 세 사람의 운명은 서로 얽히기 시작한다. 아사미는 젊은 장수 사타융을 사랑하게 되고, 사타융은 사랑과 충성 사이에서 갈등한다. 유엽은 왕비로서 자신의 사랑과 정치적 책임, 개인의 운명과 나라의 운명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 세 사람의 서로 다른 사랑과 신념은 거대한 전쟁 속에서 충돌하고, 역사의 거대한 흐름은 그들의 개인적 운명을 비껴가지 않는다.
그리고 마침내 주류성. 백제 왕통의 부활을 알리는 역사적인 의식이 거행된다. 무대 위에는 장대한 음악이 울려 퍼지고,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무너진다. 배우와 홀로그램이 하나의 공간에서 만나고, 한국 전통예술과 AI·XR 기술이 하나의 언어로 융합된다.
관객은 더 이상 객석에서 과거를 바라보는 사람이 아니다. 1,400년의 시간을 건너 백제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는 한 사람의 동행자가 된다.
《백강만엽》은 백제부흥운동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단순히 재현하는 공연이 아니다. 인간의 몸과 전통예술, 음악과 무대, AI·XR과 실시간 3D 기술이 하나의 서사 안에서 만나 역사를 현재의 감각으로 경험하게 하는 새로운 공연양식이다.